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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러] The Boy From Ipanema

이 나. 2018. 12. 20. 20:51

The Boy From Ipanema

 

 

* 서핑이 취미인 브라이언, 물을 두려워하는 로저.

* 그들의 마지막 여행.

 

* bgm: The Girl From Ipanema_Stan Getz & Joao Gilberto

             https://youtu.be/j8VPmtyLqSY

 

 

 

 

 

 

 

브라질 리우에는 이파네마, 라는 이름을 가진 해변이 있대. 로저는 브라이언의 말을 기억한다. 이파네마. 로저는 천천히 그 단어를 발음해 보았다. 입 안에서 동그랗게 말려 나오는 이름. , 언젠가 거기 가 보고 싶어. 그런데 브라질이라니. 멀기도 하지? 브라이언이 웃었다. 브라이언은 항상 먼 세상을 꿈꾸었다. 지구본을 천천히 돌려가며, 그 아름다운 손가락으로 이곳저곳을 짚어 보이곤 했다. 가까이는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멀게는 남태평양의 조약돌만한 섬까지 향하던 손길. 로저는 턱을 괴고 지구본을, 지구본 너머의 브라이언을 바라보았다. 로저는 항상 바깥의 세계를 꿈꾸는 브라이언의 태도를 좋아했다. 꿈꾸는 브라이언은 항상 생경하고도 찬란했다. 항상 먼 세계를 향하는 네 눈빛. 바깥 세상으로 활짝 펼쳐질 것만 같은 너의 미래.

 

 

그리고 조금은 쓸쓸해지기도 하는 것이었다. 네 그 빛나는 미래에는 나도 포함되어 있는가? 브라이언은 혼자서 훌쩍 떠나 버릴 생각이 아닐까? 그래서 외로이 묻곤 했다. 나도 데려갈 거야? 의도치 않았지만 제 목소리가 몹시도 처연했다. 당연하잖아, 로저. 브리가 수평선을 응시하던 시선을 로저에게 돌렸다. 그 눈빛을 마주보면 로저는 안심할 수 있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그렇게 확신을 주는 눈빛으로 저를 바라본 사람은 없었다. 로저는 웃었고 브라이언도 웃었다. 둘은 그것이 행복이라고 믿었다. 함께 바라보던 바다 속으로 저녁놀이 사그라들고 있었다. 그런 식으로 둘의 행복도 가라앉고 있었다. 그때는 몰랐다.

 

 

 

***

 

 

 

브라이언은 취미가 많았다. 하나는 서핑이었다. 브라이언의 자취방에 갔다가, 액자를 들여다본 일이 있다. 액자 속에는 시원하게 수영복 바지를 걸친 앳된 브라이언이 서 있었다. 고등학생 때야? , 일학년 때였나? 지금보다는 허우대도 조금 작은 편이었고, 귀밑까지 잘라낸 머리칼이 곱슬대고 있었다. 너 존나 귀여웠네. 지금은 귀여움 다 어디 갔냐. 로저가 진지하게 말하자 브라이언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사진 속 브라이언은 서핑보드를 들고 있었다. 로저로서는 한 번도 시도해본 적 없는 스포츠였다.

 

 

-너 서핑 해?

-, 여름에만 가끔.

-하여간 취미도 존나 많아요.

-같이 바다, 갈까?

 

 

그 말을 하고 나서, 브라이언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미안해. 그렇게 말했다. 로저는 브라이언이 미안해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뭐가 미안해. 나중에 같이 가. 로저의 무심한 표정에도 브라이언은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렇게 사소한 면에서도 다정한 녀석이었다. 대책없고 낄낄대기만 하는 또래 이십 대 남자애들하고는 달랐다. 로저는 그런 면에서 브라이언을 사랑했다. 어른스러웠다. 어른이었다. 반면 로저는 자신이 어른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손가락을 뻗어 액자를 눈앞에 들이밀었다. 너의 과거를 한순간이라도 더 오래 품어보고 싶었다. 왜냐, 내가 지금껏 몰랐던 너의 생이었으니까.

 

 

 

***

 

 

 

로저는 바다를 무서워했다. 아니, 정확히는 물을 무서워했다. 트라우마니 억압이니 하는 정신분석 용어를 가져다 붙일 것도 없었다. 형제가 물속에서 죽었다. 함께 빠졌고 같이 허우적댔는데 로저만 살아남았다. 어린 형제의 작은 손을 자신이 쳐냈던 것을 기억했다. 형제가 아득한 표정을 지으며, 물 밑으로 가라앉던 것을 기억한다. 그때 손을 쳐내지 말았어야 했는데. 가라앉아도 함께했어야 했는데. 금세 나이든 사람들이 달려왔고, 로저의 상체를 끌어당겨 물 밖으로 밀어냈고. 그런데 한참이 지나도 형제를 찾아내지는 못했고. 그 날 밤이 되어서야 형제의 마른 시신이 물가에 떠밀려왔고. 좋지 못한 기억이었으며 로저는 매일 나쁜 꿈에 시달렸다. 그게 벌써 십여 년이 훌쩍 지난 옛날이었다.

 

 

남들한테는 결코 그 일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수영장도 못 가고 바다도 못 가고 계곡도 못 간다, 라는 사실을 고백하면 돌아올 시선이 두려웠다. 하지만 왠지 브라이언한테는 말할 수 있었다. 네 방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면서 그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브라이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자코 들었다. 아직도, 그 일에 대해 꿈을 꾼다고 말하자, 브라이언이 로저의 등허리를 천천히 끌어안았다. 제 품 속에 파묻힌 로저의 귓가에, 브라이언은 이렇게 말했다.

 

 

-오늘은 자고 가.

-?

-나쁜 꿈 꾸면 내가 깨워줄 수 있잖아.

 

 

그게 얼마나 다정한 말이었는지, 그 말에 얼마나 울어버리고 싶었는지, 울음이 왈칵, 쏟아지는 것을 참으려고 오글거린다, 라며 너를 얼마나 꼬집었는지, 그 방은 어찌나 좁고 어찌나 온기가 느껴졌던지. 브라이언은 결코 모를 것이었다.

 

 

 

***

 

 

 

둘은 바다로 향했다. 기차역에 가서, 편도 표를 끊었다. 기차를 타고 서너 시간은 갔다. 브라이언이 옆에서 깜빡 잠들었다. 감긴 눈매와 날선 콧날과 직선으로 뻗어내리는 턱, 같은 것을 유심히도 살폈다. 점차 동이 트는 시각이었다. 기차가 달릴수록 창밖 세상이 환해지고 있었다. 도심지의 풍경은 이내 보다 전원의 풍경으로 바뀌어갔다. 도착해 내렸더니 소금내가 먼저 났다. 바다다. 바다. 대관절 얼마만의 바다이던가? 그들은 캐리어를 끌고 숙소로 향했다. 별볼일 없는 민박집이었다. 하지만 그런 휴양지의 민박집이란 보통 거기서 거기이므로, 그들은 그 환경에 만족했다. 캐리어를 두고 천천히 바닷가로 걸어갔다. 걸으면 걸을수록 사람들의 옷차림은 가벼워졌고 짠내가 짙어졌다. 한순간에 야트막한 건물들이 사라지고 풍경이 탁 트였다. 아주아주 먼 곳까지 시퍼런 파도가 일렁였다. 바다였다.

 

 

바다. 로저가 중얼거렸다. 평생 올 수 없었던 곳이었다. 하지만 너와 함께라면 괜찮지 않을까? 로저는 브라이언의 손을 겹쳐 잡았다. 지나가던 남성 하나가 어처구니없다는 눈빛으로 그들을 훑어보았다. 그런 시선에는 이제 익숙했다. 그들은 천천히 모래사장 쪽으로 걸음을 디디기 시작했다.

 

 

근처에서 대여한 서핑 보드를 모래사장에 내려둔 브라이언. 썬베드에 누워, 햇볕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로저. 튜브에 몸을 싣고 낄낄대는 사람들과, 그들을 싣고 밀려나갔다 들어오는 파도. 로저는 제 옆에 앉은 브라이언의 등을 탁 쳤다. 선크림을 발라준 살결이 미끈미끈했다. 브라이언이 돌아보았다.

 

 

-가서 놀아. 니 서핑하러 왔잖아.

-너 두고 어떻게 혼자 놀아. 재미없게.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괜찮지 않았다. 파도에 발목이 잠긴 로저는 소스라치게 놀라 뒤로 물러났다. 그 모습을 보던 브라이언이 외쳤다. 괜찮아? 로저는 대꾸하지 못했다. 괜찮지 않은 것 같았다. 옆에서는 초등학생뻘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마구 물 속으로 뛰어들고 있었다. 스스로가 한심스러웠다. 결국 터덜터덜 돌아서 썬베드에 몸을 맡겼다. 로저는 스스로가 짜증스러웠다. 기껏 너하고 놀러 왔는데. 나는 아직도 이 모양. 로저는 불퉁하게 입술을 내밀고 중얼거렸다.

 

 

-들어가면 누가, 내 발목 잡아당길까봐 무서워.

-무서워?

-. 존나 쪽팔리네.

-내가 잡아줄까?

 

 

브라이언이 말했다. 지금 뒤로 빼는 것은 도리가 아닌 양 싶었다. 로저는 망설이다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나 놓치면 죽여 버릴 거야. 한 마디 덧붙이는 걸 잊지 않았다. 브라이언은 한 손에는 서핑보드를, 한 손에는 로저의 가는 손목을 잡았다. 물가로 다가가며 로저는 다시 긴장했다. 온몸에 힘이 들어갔다. 아주 느린 걸음으로, 브라이언을 따라, 걸어 들어갔다. 젖은 모래가 발바닥에 들러붙었다가 빠져나갔다. 물미역 같은 것이 발목을 감싸고서 다시 흘러갔다. 로저는 긴장했고, 숨을 들이마셨다가 참았고, 눈을 질끈 감았고, 브라이언은 더 이상 들어가지 않고 기다려 주었고, 그런 식으로 아주 천천히. 물이 정강이께에 들어차 있었다. 실제로는 그다지 깊지도 않다는 걸 알면서도 온몸이 와들와들 떨렸다. 기절하는 건 아니겠지? 로저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면 존나게 쪽팔릴 것이었다. 정말로 존나게.

 

 

브라이언이 서핑보드를 수면에 띄웠다. 잘했어. 여기까지 잘 왔어. 앉아봐, 여기. 로저는 제 몸을 맡기듯이 서핑보드에 걸터앉았다. 힘 좀 빼고. 로저는 제 얼굴이 하얗게 질렸음을 느꼈다. 사방이 온통, 물이었다. 이렇게 물이 많은데 안 빠져 죽는 것도 이상한 것 같았다. 공포에 질린 로저는 브라이언의 어깨에 다급히 손을 올렸다. 무서워. 잡아줘. 로저가 속삭였고, 브라이언이 한 손으로 로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렇게 일 분. 이 분. 서핑보드는 물결의 흐름에 따라 서서히 떠오르고 가라앉았다. 이제 숨을 편안히 쉴 수 있었다. 그제야 로저는 맞닿은 브라이언의 몸을 느낄 수 있었다. 맨살과 맨살이 붙어 있으니까 안심이 되었다. 우습지만 그랬다.

 

 

-이제 괜찮아?

 

 

브라이언이 걱정스레 물었고 로저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서핑보드란 것이 꽤나 유용했다. 드러누워 있을 수도 있었고, 엎드려 물을 헤집을 수도 있었다. 로저는 정말 처음으로 물 위에 둥둥 떠서 웃어본 것 같았다. 그렇게 몇 시간이고 물 안에서 머물렀다. 로저는 여전히 제 몸과 보드를 붙잡고 있는 브라이언의 얼굴을 가까이 끌어들였다. 키스했다. 입술과 입술이 진득하게 맞닿았다. 바닷물이 몇 번이나 튀어 짭짤한 맛이 났다. 놀라서 수군대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는데 그런 것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입맞춤 하나마저도 그리 소중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상당히 로맨틱한 장면이었다고, 로저는 생각했다.

 

 

 

***

 

 

 

물에서 나와 어촌을 산책했다. 어느덧 해가 까무룩 지고 있었다.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붉게 달아올랐다. 오늘 재밌었어? 브라이언이 물었고 로저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항구에 정차된 어선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저것들, 정말 물고기 잡으러 갈 때 쓰는 거 맞을까. 로저는 궁금했다. 그런 작은 어선들이 한꺼번에 바다로 출항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어촌을 돌고 돌다 보니 어느새 해가 완전히 넘어갔다. 우연찮게 아까 그 해변으로 다시 향했는데, 애들 몇이 싸구려 불꽃을 터뜨리고 있었다. 옆에 소주병이 나뒹굴고 있는 걸 보니까, MT라도 온 게 아닌가 싶었다. 로저가 중얼거렸다.

 

 

-나 저거 하고 싶어.

 

 

브라이언은 말을 참 잘 듣는 타입이었고, 로저의 손에 폭죽을 쥐어주었고, 로저는 제 라이터를 어찌 이용해서 불을 붙였고, 하늘을 향해 얇고 초라한 빛이 몇 번이고 튕겨 나왔다. 로저는 그 장면을 바라보며 깔깔 웃었다. 브라이언도 웃었다. , 동영상 찍어줘. 빨리! 로저가 재촉했고 브라이언이 휴대전화를 꺼내들었는데 벌써 불꽃은 사그라들었다. 에이, 재미없네. 로저가 입술을 불퉁 내밀었다. 하나 더 사다줄까? 브라이언이 말했으나 로저는 고개를 저었다. 이 정도면 됐어. 그래, 이 정도면 되었다. 이 정도 크기의 행복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때, 브라이언은 결코 로저에게 말하지 않았으나, 불꽃을 마음껏 튕겨내는 로저가 몹시도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다.

 

 

밤바다는 인간 존재를 센티멘털하게 만드는 법이었다. 어느새 불꽃을 켜며 떠들던 녀석들도 자취를 감추었다. 민박집에서 밀려나온 은은한 형광빛, 생경한 달빛, 그런 것들이 제멋대로 바다 위로 떨어졌다. 바다는 검었고 붉었고 파래졌다고 곧 희어졌다. 오래 바라보기 좋은 풍경이었다. 기분 좋은 습기가 두 사람을 천천히 감싸고 있었다. 둘은 한동안 말이 없이 서로를 끌어안고 있었다. 그때 브라이언이 말했다.

 

 

-내가 공부 열심히 해서, 꼭 돌아올게.

-무슨 평생 안 올 사람처럼 말을 하냐…….

-꼭 올 거야. 널 위해서라도.

 

 

브라이언은 확신에 차서 중얼거렸다. 로저는 이라고 강조하는 브라이언의 말이 좋았으나 불안했다. 불안해서 너를 감싸는 손에 더 힘을 주었다. 브라이언은 언제고 먼 곳을 꿈꾸는 사람이었고 머리도 참 좋았다. 먼 곳에서 어려운 것을 배워 오고 싶다고 말했다. 로저는 그의 희망을 반대하지도 꺾지도 않았다. 브라이언의 생을 자기 손으로 망치는 것을 상상할 수도 없었다. 그가 더 좋은 삶을 살기를 바랐다. 그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 풍경에 제가 끼어 있지 않다는 것이 좀 섭섭할 뿐이었다. 로저는 눈을 질끈 감았고, 자신이 브라이언에게 차마 하지 못한 이야기를 떠올렸다.

 

 

아팠다. 고작 이십 대에 아파봤자 얼마나 아프겠냐만은, 어쨌든 아팠다. 의사는 경과를 짐작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에는 환자도 몇 없고, 해외 학술지에도 치료법이 많이 소개되어 있지 않다-. 의사의 말에 로저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쩌면 먼저 떠난 형제가 저를 부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 애는, 물속에서 제 몸을 쳐낸 것을 원망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모든 것이 납득되었다. 하지만 브라이언에게 사실을 털어놓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입을 다물었다. 브라이언이 알게 되면, 그는 결코 공부를 하러 떠나지 않을 것이다. 로저의 곁에 남아 있으려고 애쓸 것이다. 로저는 그런 상황을 가정하는 것이 끔찍이도 싫었다.

 

 

브라이언은 지금 순간이 마지막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로저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평소보다 너를 안아주는 손길을 더 깊게 하려고 애썼다. 머뭇거리다가 사랑한다, 고 말하기까지 했다. 브라이언이 기분 좋게 웃었고 그 웃음이 참으로 좋았다. 평생 곁에서 듣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마지막 순간, 바다는 지나칠 정도로 평화롭게 흔들렸다. 수평선이 아득히 먼 곳에서부터 파도를 밀어보냈다. 공기가 달콤했다. 이제 먼 곳으로, 서로를 보내주어야 하는 시간이었다.

 

 

 

***

 

 

 

우리의 연애란 것은 아름다웠고 한순간 불꽃놀이 같았으나 그래서 더 빛났고. 나는 그 바다에서 우리가 보았던 풍경과, 정서와, 다정한 너를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네가 꼭 이파네마에 가길 바란다. 그곳의 공기를 느끼고 낯선 사람들과 만나고 그래서 행복하기를 바란다, 나는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라고 로저는 썼다. 삐뚤빼뚤한 필체였으나 내용은 마음에 들었다. 주소를 명확히 적었는지 알 수 없었으나 잘 도착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편지를 받은 브라이언의 표정이 궁금했다. 천천히 편지지를 들어, 키스했다. 네가 로저의 키스를 받을 수 있을까. 모르는 일이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우리라거나 바다같은 단어는 참으로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라는 단어도 몹시 아름다운 편이었다. 우리가 바라는 건 많지 않았다. 그저 우리가 그러한 단어들처럼, 오래오래 고운 풍경으로 흔들렸으면 좋겠다 기대할 뿐이었다. 이제, 바라던 대로 이루어졌는가? 나는 알 수 없다. 당신은 아는가. 안다면, 부디 대답해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