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러] Universe Romantica
Universe Romantica
* 빛이 사라진 우주.
* 위기 해결을 위해 파견된 우주비행사, 브라이언.
* 빛, 로저.
빛이 사라졌다. 지구에만 빛이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온 우주에서 빛이 실종되었다. 완벽한 밤에 접어들자, 인간들은 위기를 헤쳐 나갈 방법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컨퍼런스에 모인 사람 중 하나가 질문을 던졌다. '우주에는 빛이 있습니까?' 그것은 근본적인 질문. 다른 이들이 왁자지껄 답했다. '빛이 있겠지요. 아무렴 어둠뿐이겠습니까.' '아니오. 진정한 의미의 빛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대관절 당신이 말하는 진정한 빛이 뭐야?' 그러한 논쟁 끝에 내린 결론은 이러했다. 빛을 찾으러 나가야 한다. 그러면 누가 나갈 것인가?
권력 있는 이들이 연구원의 이력에 대해 샅샅이 뒤졌다. 그렇게 결정된 사람이 닥터 브라이언 메이였다. 혈기왕성한 젊은 나이인데 반해 차분하고 이지적인 성격을 가진 그. 명석한 것은 이루 말할 데 없었으며 겸손하기까지. 위쪽 사람들의 눈에 들기 좋은 조건이었다. 닥터 브라이언 메이는 그렇게 우주로 향하게 되었다. 빛을 찾아서. 인류 최대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닥터 브라이언 메이를 보조하기 위해 몇 명의 우주인들이 더 붙여졌다. 그렇게 그들은 자신의 어두운 지구를 떠나 어두운 우주로 향하게 되었다.
과연 온 우주 역시 어둠에 절어 있었다. 지구보다도 더한 침묵과 죽음과 고통과 우울의 연속이었다. 동료 우주인들을 모두 잃었다. 닥터 브라이언 메이는 자신이 실패했다고 생각하였고, 절망했다. 지구와의 교신도 끊긴지 오래였다. 힘없는 우주선을 타고 홀로 궤도를 돌았다. 어느 날, 눈을 뜬 닥터 브라이언 메이는 우주선 밖 풍경을 보고 놀랐다. 과연 이곳은 어디인가? 이렇게 지독하고 황량한 곳은 어디인가? 그는 우주복을 갖춰 입고 내렸다. 몇 걸음 가지 않았을 때, 건물이 하나 그의 눈앞에 드리워졌다. 콘크리트로 만든 것이 분명한 건물. 여기저기가 무너지고 떨어져 나갔으나, 분명 그것은 건물. 건물이라고 하면 그것은 곧 인간의 흔적을 의미하지 않던가? 아니, 지구에서 셀 수 없는 광년이나 떨어진 이곳에서? 당장 닥터 브라이언 메이가 떠나왔을 때도, 가장 최신의 기술로 쏘아낸 우주선도 이곳에 겨우 닿았다. 그런데 어떻게 인간이 그보다 먼저 이곳에 도달할 수 있단 말인가. 닥터 브라이언 메이는 자신의 학술적 견해에 대해 수정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는 다가갔다. 그리고 그는 마주했다. 인간 문명사에서 무엇보다도 찬란한, 빛을.
"당신은 인간입니까?"
"그렇습니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나는, 로저 테일러."
"그렇습니까."
"그렇습니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브라이언 메이."
황량한 풍경이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모래바람이 일었고 한쪽에는 거대한 습지가 있었으며 이상한 중력이 인간의 발을 붙들어매는 행성이었다. 이런 곳에, 모든 우주에서 실종된 빛이 있다니, 브라이언은 믿을 수 없었다. 로저 테일러라는 사람은 윤기가 났다. 그의 지나치게 환한 금발을 통해 빛을 목격할 수 있었다. 브라이언은 컨퍼런스에서 권위자들의 대화에 대해 생각했다. '진정한 빛'. 말하자면 브라이언은 그 '진정한 빛'을 목격한 셈이었다.
달리 말하자면, 그것은 사랑에 빠진 순간과도 같았다.
"로저 테일러. 당신은 이곳에서 어떻게 생존합니까?"
"저만의 방법이 있지요."
로저는 닥터 브라이언 메이에게 건물 안 하나의 장소를 소개했다. 그것은 온실이었다. 쇠문을 힘겹게 열자 습기가 밀려나왔다. 온실 한가운데로 또박또박 걸어간 로저가 피식 웃었다. 놀랐지, 하는 표정이 상당히 개구졌다. 그 얼굴이 참 곱상하다고도 생각했다. 로저는 이곳에서 식물과 식수를 채취한다고 말했다. 그런 식으로 셀 수 없는 시간을 살아왔다고 속삭였다.
"여기서 당신은 영생을 누리고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이곳에서 시간은 고정되어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로저 테일러. 그렇다면 식물은 어떻게 자라납니까?”
“인간에게만 시간의 멈춤이 선사되었습니다.”
“인간에게만?”
“예.”
닥터 브라이언 메이는 어릴 적 들춰보았던 신화에 대해 떠올렸다. 인간이 죽어서 선한 일을 하면 천국이라는 장소에 간다. 그곳에는 뛰노는 아름다운 천사들이 있다. 천사들과 어울려 죽음 후의 영원한 삶을 얻을 수 있다. 그러니 착하게 살자. 그것이 신화의 내용이었다. 닥터 브라이언 메이는, 자신이 신화의 한 장면을 목격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로저 테일러는 일종의 천사인가? 아니, 그는 인간이었다.
로저는 자신의 과거에 대해 말해주었다. ‘지구에는 두 차례의 거대한 전쟁이 있었습니다. 당신들은 세계대전이라고 부르는 그것. 전쟁이 끝난 후 강대국들은 생각했습니다. 이 땅덩어리는 너무도 좁다. 바깥 세계를 찾아 나서자. 그들은 극비로 연구했습니다. 극비의 극비 작전이었습니다. 돈이 수없이 들었고 사람이 수없이 죽었습니다. 그러한 프로젝트였습니다. 결국 우주로 나와 동료들을 보냈습니다. 동료들은 모두 죽었습니다. 어느 날, 무전 너머로 나는 들었습니다. 실험은 실패했다. 너희에 대한 모든 기록과 기술을 파기하겠다. 미안하다. 죽음을 순순히 받아들여라. 그렇게 나는 우주 한가운데 버려졌고, 이 행성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나의 시간은 멈췄습니다.’ 로저의 이야기를 듣고, 닥터 브라이언 메이는 그가 좀 가엾다고 생각했다. 인간이 저지른 실험의 순진한 피해자였다. 그리고는 자신의 처지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깨달았다. 로저에게 우주의 상황에 대해 말해주었다.
“로저 테일러. 우주의 모든 빛이 사라졌습니다. 나는 빛을 찾아 우주를 가로질러 왔습니다. 그리고 당신에게서 빛을 발견했습니다.”
“로맨틱한 말씀이군요.”
“지구로 돌아가시겠습니까?”
“지구는 이미 나를 버렸습니다.”
“바보 같은 지구군요.”
“멍청이들이지요.”
로저는 흐흐 웃었다. 그는 닥터 브라이언 메이에게 행성에서의 숙식을 제공했다. 둘은 함께 빛이 사라진 아득하고 검은 우주를 올려다보았다. 둘은 지구의 미래에 대해 토의했다. 둘은 함께 스크램블 게임을 했다. 닥터 브라이언 메이는 반파된 우주선에서 담배를 꺼내주었다. 로저가 기쁜 내색을 숨기지 않았다. 닥터 브라이언 메이는 빛나는 로저 테일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로저가 그 시선을 의식하고 닥터 브라이언 메이를 빤히 보았다. 둘의 눈빛이 십 초 가량 마주쳤다.
“인간이 그리웠어.”
로저가 속삭였다. 둘은 키스했다. 그렇게, '닥터 브라이언 메이'는 그냥 '브라이언'이 되었다.
***
***
시간이 멈춘 채로 살았다. 로저는 끊임없이 조잘거렸다. ‘혼자 사는 건 외로웠어. 얼마나 외로웠는지 상상도 못 할 거야. 평생 젊은 채로 산다는 건 기쁘지만 내 젊음을 봐줄 사람이 없잖아. 너가 와 줬어. 브라이언.’ 브라이언은 로저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것이 행복했다. 이 지나치게 넓고 황량하고 건조한 우주에서 이토록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존재는 로저뿐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로저와 이대로 계속 지내고 싶었다. 사랑하는 빛나는 이와의 영생. 누구나 꿈꾸는 이상일 것이다. 이곳이 천국일까? 브라이언은 생각했다.
어느 날, 그들은 브라이언이 타고 온 우주선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었다. 갑자기 교신 신호가 울렸다. 브라이언은 당황했다. 분명히 지구에서는 몇 년, 아니 몇십년이 흘렀을 것이다. 그런데 교신이라니? 브라이언은 수락 버튼을 눌렀다. 로저가 불안한 눈으로 브라이언과 교신 기계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닥터 브라이언 메이. 살아있습니까?”
“그렇습니다. 혼자 살아남았습니다.”
“빛을 발견했습니까?”
“……예.”
“부디, 부디 빛을 가지고 지구로 돌아오십시오. 사람들이 죽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처음엔 어둠에 적응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점점 미쳐갑니다. 서로가 어둠의 공포를 이기지 못해 서로를 죽이고 있습니다. 어둠은 공포만을 가져옵니다. 닥터 브라이언 메이, 부디 우리를 살려주십시오. 우리를 버리지 마십시오. 지구로 돌아와 주십시오.”
“이곳은 지구에서 아주 멉니다.”
“부디.”
“……”
“당신이 유일한 희망입니다.”
교신 너머에서 비명 소리와 총소리가 들렸다. 이내 신호가 끊겼다. 브라이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로저가 대번에 브라이언의 품에 파묻혔다. ‘싫어. 싫단 말이야. 지구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거긴 다 개자식들만 있어. 날 버린 개자식들만 있다고. 싫어. 난 안 가.’ 로저가 브라이언의 품에 안겨 중얼거렸다. 로저가 당한 배신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브라이언은 고개를 끄덕이며 로저의 등허리를 쓰다듬었다.
그날, 브라이언은 악몽을 꾸었다. 이 행성에 와서 처음으로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사람들은 광기에 빠져 있었다. 눈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칼을 휘둘렀다. 브라이언의 옛 동료들이 쓰러졌고 가족들이 쓰러졌고 거리는 피투성이가 되었다. 브라이언은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다. 온몸이 식은땀 범벅이었다. 로저가 일어나더니, 걱정스러운 손길로 브라이언의 젖은 이마에 손을 올렸다. ‘별 거 아냐.’ 로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음에도, 브라이언은 그렇게 변명했다.
죄책감은 중요한 문제였다. 브라이언은 며칠을 악몽에 시달리다가, 결국 로저에게 털어놓았다.
“같이, 지구로 가면 안 될까.”
“브리. 그들은 나를 이미 버렸어.”
“하지만 너가 그들을 살릴 수 있어. 로저.”
“나는 또 이용당할 거야.”
“사랑하는 로저. 부탁이야.”
“나와 영원히 여기서 사는 걸 포기할 정도로, 지구의 인간들이 중요해?”
로저가 울었다. 로저가 우는 것을 브라이언은 처음 보았다. 브라이언은 연신 미안하다고 말했다. 로저는 브라이언의 굳은 뜻을 꺾을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들은 우주선을 함께 수리했다. 발사체도 함께 완성했다. 그들은 우주선에 올라탔다. 출발했다. 그렇게 영원의 행성을 떠났다. ‘잘한 선택일까?’ 브라이언은 창 밖으로 멀어지는 그 작은 행성을 보며 생각했다.
***
여지없이 인간의 본질은 사악하다. 처음 인간들은 브라이언과 로저를 환영하는 듯 보였다.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빛을 품은 로저가 돌아오자, 밤을 거둬내고 낮이 찾아왔다. 지구가 다시 밝아졌다. 아름답게 빛나는 로저를 탐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컨퍼런스가 다시 열렸다. 이번에는 각국의 권력자들과 재벌들도 모였다. ‘낯선 행성에서 오신 두 분께는 물론 감사하지만.’ 한 사람이 말했다. ‘두 분은 위험합니다. 지구를 떠난 지 몇십년이 지난 분들이, 어떻게 여전히 젊을 수 있지요?’ ‘대체 어디 틀어박혀 있다 온 거야?’ ‘설마, 외계인들은 아니겠지요?’ ‘가둬놓고 검사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떠들어댔고, 브라이언은 눈을 질끈 감았으며, 로저는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들은 최종적으로 둘을 분리해서 실험하기로 작정했다. 인간은 언제나 그런 식으로 배신을 하는 존재들이었다.
둘은 그렇게 강제적으로 헤어졌다. 로저가 갇힌 실험실에 사람들-주로 부자이거나 권력자인 남성들-이 찾아와서 흥미롭게 로저를 들여다보았다. 예쁘고 빛나는 실험체가 몸부림쳤다. ‘피실험자가 매우 건강합니다. 한번 손을 대 보시지요.’ 연구원이 권했고, 그들의 손길이 로저의 피부를 어루만졌고, 로저가 덜덜 떨었다. 그런 일이 셀 수 없이 많았다. 로저는 비명을 질렀고 악을 썼고 욕설을 뱉었고 결국엔 강제로 진정제를 맞고 나서야 잠잠해졌다.
브라이언은 실험실의 새하얀 벽을 노려보았다. 여지없이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했다. 놀랍게도 실험실끼리 방음이 덜 되는 듯 했다. 문이 열릴 때마다 로저가 날카롭게 악을 쓰는 소리가 들렸다. 브라이언은 다시 악몽에 시달렸다. 이번엔 피에 젖은 거리에, 로저가 혼자 떨고 있었다. 꿈 속의 그를 안아주고 싶었다. 안아주려고 하면 로저가 도망쳤다. 도망치는 로저를 끝내 품에 끌어안을 수 없었다. 꿈에서 깬 브라이언은 생각했다. 도망쳐야겠다. 지구에서 더 이상 살 수 없다.
브라이언은 실험실에서 탈출했다. 로저의 실험실로 몰래 숨어들었다. 로저의 재갈을 끌러주었다. 로저가 눈물에 젖은 속눈썹을 들어 브라이언을 올려다보았다.
“도망치자. 로저.”
“어디로.”
“우리가 원래 있었던 곳으로.”
“어떻게 거길, 다시 돌아가겠어. 멍청한 브리.”
로저가 쓸쓸하게 웃었다. 사실 브라이언도 잘 몰랐다. 어떻게 해야 우리가 있었던 행성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둘은 손을 잡았다.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달리기 시작했다. 지구의 거리는 북적이는 인간들로 가득해 있었다. 인간들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브라이언과 로저의 눈에, 그들은 모두 악마들이었다. 이곳은 천국이 아니었다. 천국으로 가야만 했다. 이내 경보음이 모든 거리를 뒤흔들었다. 도망친 둘을 찾아내려는 소리였다.
쫓기고 쫓긴 둘은, 도시에서 가장 높다는 빌딩의 옥상에 도착했다. 하늘 끝까지 솟은 빌딩은 바빌론의 탑을 연상시켰다. 그곳이라면 우주에까지 손을 뻗칠 수 있을 것 같았다. 건물 주변의 헬리콥터가 미친 듯이 바람을 실어 보냈다. 저격수들의 붉은 점이 둘 사이에서 어른거렸다. 브라이언과 로저는 서로를 끌어안았다. 로저가 브라이언에게 속삭였다.
“너 때문이야. 바보 브리.”
“미안해. 미안해. 로저.”
“쓸데없이 착해서 그래. 너가.”
“로저.”
“사랑해.”
“사랑해.”
그냥 행성에 있었으면 평생을 행복했을 텐데. 그곳이 우리들의 천국이었을 텐데. 지구에서 그들은 더 이상 행복할 수 없었다. 브라이언과 로저는 그들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둘은 키스했다. 아주 진하게. 서로의 입술과 입술을 아주 오랫동안 붙들고 있었다. 입술이 떨어지자마자 그들은 난간 너머로 뛰어내렸다. 빌딩에서 아스팔트 바닥까지의 거리는 아주 멀었다. 그 무한대의 시간 동안, 둘은 결코 서로의 손을 놓지 않았다.
다음 날, 조간신문의 헤드라인은 이러했다. <닥터 브라이언 메이와 빛, 함께 추락사하다.>
***
그들은 꿈을 꿨다. 아주 오랜 꿈이었다. 일어나고 보니, 다시 그 행성이었다. 로저가 잠에 취한 눈을 깜빡이며 브라이언의 품으로 안겨들었다. 브라이언이 로저의 상체를 안아주며 도닥거렸다. 맞닿은 몸에 다정한 체온이 느껴졌다. 상당히 사랑스러운 하루의 시작이었다. 이 행성에서의 매일이 그러할 것이라 생각했다. 로저가 속삭였다.
“나쁜 꿈을 꿨어, 브리.”
“나도, 로저.”
“꿈이었겠지. 꿈이었어야만 하는데. 설마 지금이 꿈인가? 나, 꿈꾸고 있어?”
“꿈이어도 무슨 상관이야. 지금 우리가 같이 있는데.”
브라이언이 피식 웃었고, 자신의 찬란한 빛에게 키스했다. 만약 당신이 그들에게 묻는다면, 그러니까, 둘만 있는 행성이 외롭지 않냐고 묻는다면 그들은 대답할 것이다. 사악한 인간들이 넘쳐나는 지구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이 행성이 훨씬 나을 것이라고. 우주에서 이보다 고요하고 아름다운 공간은 없을 것이라고.
그들의 치열한 사랑의 연대기를 누가 받아쓸 것인가. 이 행성의 존재를 아는 것은, 그리고, 서로의 존재를 아는 것은, 서로뿐이다. 그렇다고 그것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은 셀 수 없는 차원을 거슬러가며 서로를 사랑하고 있으니까. 그것이 영원한 사랑의 법칙. 우주가 인간에게 선사한 유일한 선물이다.